강재남의 포엠산책(115)4월과 아침(오규원)

2024-04-21     경남일보

 

나무에서 생년월일이 같은 잎들이

와르르 태어나

잠시 서로 어리둥절하네

밤새 젖은 풀 사이에 서 있다가

몸이 축축해진 바람이 풀밭에서 나와

나무 위로 올라가 있네


어제 밤하늘에 가서 별이 되어 반짝이다가

슬그머니 제 자리로 돌아온 돌들이

늦은 아침잠에 단단하게 들어 있네



맥락도 없이 눈물이 나는 때가 있어요. 최근엔 이슬 내린 새벽이 그러한데요. 풀잎에 총총 맺힌 물방울이 투명해서, 속이 훤히 보이는 착한 영혼이 거기 있을 거란 느낌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해가 깨어날 때 같이 깨는 것이 좋고요, 새벽이슬 보면서 공기에 젖는 게 행복해요. 그런 풍경 속에 있으면 덩달아 환해지는 것 같거든요. 자연에게 깃드는 마음이 깊어지는 게 좋아요. 그렇게 겨울 동안 게을렀던 저를 반성하면서 아침의 체질을 닮아가고 싶어요. 시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4월은 한없이 간단하고 분명하게 요약되는 계절인가 봐요. 그대로의 사물들로 채워진 아침엔 고요 가득한 평화가 있어요. 시선은 명징하고 그런 시선이 닿은 곳마다 문장이 일렁이니 4월 아침은 누구에게나 맑고 깨끗한 모습인 게 틀림없어 보여요. 어릴 때 저는 새싹들 옆에서 세수를 하곤 했어요. 세숫대야에 담긴 물을 새싹에게 먼저 주고 저도 얼굴을 닦았죠. 작은 손을 오므려 물을 주면 새싹들이 그날그날 다르게 커가는 게 보였어요. 나중에 얼마나 예쁜 꽃으로 우리 마당을 둘러쌀지 알 수 있었어요. 이제는 먼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런 작은 추억들이 좋은 삶을 살게 만든 것 같아요. 어제 밤하늘에 가서 별이 되어 반짝였을 돌들의 늦은 아침잠을 토닥여봅니다. 우리의 길고 단단하고 끝나지 않을 반짝임들을 응원합니다. 통영문학상운영위원장


강재남의 포엠산책은 이번 회차로 마무리 됩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