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에 남겨진 일제 수탈의 상처

국립산림과학원, 합천·함양 등 송진 채취 피해 조사

2017-03-01     정희성
일제강점기 말기(1941∼1945), 일본은 전쟁물자 운송에 필요한 송탄유(松炭油·소나무를 통해 생산해 낸 기름)를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 전역의 소나무에서 마구잡이로 송진을 채취했다.

일본은 소나무에 브이(V)자형으로 상처를 내고 얻은 송진을 끓여 송탄유를 만들었다. 소나무에 남겨진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상처인 송진 채취는 그 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전국에 있는 소나무 송진 채취 피해지역 조사에 들어갔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일제강점기 수탈의 상처가 남아있는 송진 채취 소나무 서식지를 ‘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하고, 피해목의 역사적 가치를 기록문화로 남기기 위해 ‘송진 채취 피해 소나무 전국 분포도’를 제작한다고 1일 밝혔다.

이를 위해 국립산림과학원은 우선 함양과 합천, 경북 문경 등 전국 8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121그루의 송진 채취 피해목을 확인했다. 다행히 소나무의 상태는 대체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박찬열 박사는 “피해목들의 건강상태가 양호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송진 채취를 위한 ‘브이’자 상흔이 최대 1.2m 높이까지 남아 있어, 소나무와 주변 산림 경관상 좋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합천 해인사 홍유동 계곡, 충북 제천 박달재 등에 송진 채취 피해목이 많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SNS를 활용해 일반 국민으로부터 송진 채취 피해목 사진을 제공받아 피해목의 분포와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전국 송진 채취 피해목 지도를 만들 계획”이라며 “아직도 전국 마을 숲의 노송(老松)에는 일본이 저지른 수탈의 상처를 고스란히 남아 있다. 송진 채취 피해목과 같이 역사적 의미를 지닌 산림자원들을 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해 미래 세대에 전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