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비밀번호(임창연)
[주강홍의 경일시단]비밀번호(임창연)
  • 경남일보
  • 승인 2024.10.06 18: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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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이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



단단하게 기억된 번호를 계속 눌렀지만
빽빽 비명만 질러댈 뿐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

열수 있었던 번호가 무효로 확정되자
문 안팎은 이승과 저승처럼 멀어졌다

오래된 가을
아버지는 출입문을 나선 이후
집으로 돌아오시지 않으신다

비밀번호를 잊어버리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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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비밀번호를 잊어버려서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아무리 기억을 되돌려 봐도 속수무책이다.
익숙한 숫자들을 조합해 보고 어림해 보지만
당황스러운 결과는 매한가지
망연히 바닥을 내려다보고 한심한 스스로를
질책한 적이 있었다.
내 안식을 구할 곳이 지척인데
벽 하나를 두고 피안의 경계에서 헤매는 꼴이었다.

어쩐지 가을은 어디로 보내고 가는 느낌의 계절이다.
적어도 마중을 하고 오는 행색은 아니다.
빈자리가 더 넓어지고 휑한 바람결에
소중한 것들이 얇아져서 종래는 마멸되는 느낌이다.
구름도 옅어져 푸른 하늘
그 얇은 간격의 벽을 두고
아버지도 이승으로 돌아오시는 대문의 비밀번호를
깜빡. 잊으신 모양이다.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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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홍 2024-10-07 12:09:36
안녕하세요. 저는 진주한방연구소 한의사 김상홍입니다. 제가 지난 해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이현동에서 진주한방연구소 사무실을 운영했는데요. 원룸 건물 1층이었는데, 저런 디지털 자물쇠였는데, 저는 비밀번호 자체를 설정하지 않았어요. 1년 내내 24시간 그냥 문 열어두고 다녔습니다. 연구소에서 숙식을 같이 했는데 딱히 훔쳐갈만한 귀중품도 돈도 없었거든요. 그나마 값나가는 게 컴퓨터인데, 그거 들고 나가면 CCTV에 다 찍히잖아요. 그리고 예전에 본성동에서 명인당한의원 할 때도 문 안 잠그고 다녔어요. 근데 그 때는 한의원 앞에 둔 자전거를 한 대를 분실했고, 한의원 물품 도둑 맞은 거 하나도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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