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농업만으로 농촌에 살 수 있을까
[농업이야기]농업만으로 농촌에 살 수 있을까
  • 경남일보
  • 승인 2024.09.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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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글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연구사
올해 초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3년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귀농 가구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바로 ‘소득(35.1%)’ 문제였다.

농가소득은 크게 농업소득과 농외소득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귀농 5년 차 가구의 농가소득은 3,579만 원에 불과했고, 그 중 농업소득은 1,965만 원으로 가구 소득의 54.9%만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도시 근로자 가구의 평균 소득이 2인 가구 기준 6,000만 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이며, 같은 해 법정 최저생계비인 2,488만 원보다도 낮다.

이처럼 귀농인들은 농외소득 없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통계청의 농가경제조사 결과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2023년 농가소득은 5,082만 원으로 2003년 2,688만 원에 비해 89% 증가했지만, 농업소득은 오히려 2003년 1,205만 원에서 2023년 1,114만 원으로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2027년까지 청년 농업인 3만 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영농 정착 지원금 확대와 금융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정책 지침상 전업농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어 농업소득이 부족한 초기 귀농인들에게 소득원을 확장하는 데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청년 농업인의 유입이 한국 농업의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으나, 농업에만 한정된 지원으로는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농업 외에도 농촌에서 다양한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농업 외의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

일본의 생태운동가 시오미 나오키는 ‘반농반X’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소규모 농업을 지속하면서 개인의 천직인 ‘X’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다. 농업 소득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 새로운 인프라와 다양성을 제공해 농촌을 더욱 활기찬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필자는 ‘농촌 활성화를 위한 농가민박 발전방안 연구’를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 그곳에서 ‘반농반X’에 잘 맞는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농장을 운영하면서 일주일에 2~3일 정도 레스토랑을 열어 농장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모두 소비하거나, 축사를 개조해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농가들이 있었다. 이들은 ‘아그리투리스모(Agriturismo)’라는 제도적 지원을 받아 일반 음식점이나 숙박업소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우수한 사례들이 많지만,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농업인이 운영하는 민박이나 음식점을 특정하는 법적인 분류 체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에서는 이와 관련해 국내외 현황 조사와 전문가 및 도시민 대상 인식조사를 통해 농가민박의 정의와 분류 체계, 지정 조건 등을 구체화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제도화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농업인의 새로운 소득 기회를 창출하고 귀농·귀촌인의 안정적인 정착에 기여하는 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유영글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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