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서울 주택 공급 확대, 국가 망국의 길
[경일시론]서울 주택 공급 확대, 국가 망국의 길
  • 경남일보
  • 승인 2024.09.2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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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정영효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가 8·8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폭등하는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값·전세값을 잡기 위한 대책이다. 서울 주변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금리 상향으로 수요를 억제함으로써 서울 집값을 내리게 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대책이 나온 지도 한달 보름이 훌쩍 넘었다. 그럼에도 서울과 서울 인근 집값은 계속 오른다. 예견된 결과다. 애초에 잘못된 처방전이 내려진 탓이다. 대책이 발표된 날에도, 이후에도 서울 집값 오름세가 꺾이기는 커녕 더 가팔라지고, 상승세가 인근지역으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집값은 상승과 하락을 오르내리며 우상향하는 게 정상이다. 문제는 상승과 하락 간 폭이다. 그 간격 폭이 물가 수준인 게 정상이다. 그게 연착륙이다. 폭락과 폭등은 국가적 혼란이다. 집값 상황을 보면 서울과 서울 인근 집값, 즉 수도권은 폭등세다. 반면 비수도권은 미분양이 늘어나고, 집값이 하락해서 문제다. 전국 집값이 혼란이다. 그런데 이번 대책은 서울 집값 폭등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서울에 공급을 늘리면 서울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단순 무식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리고 의도 대로 되지 않으면 그 책임을 전정권·투기꾼·반대파 등 남 탓으로 돌릴 것이다.

8·8 대책은 실패할 우려가 높다.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부동산 문제는 단순히 수요와 공급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 유례가 없는 ‘서울 쏠림’, 엘리트층과 국민의 왜곡된 ‘강남과 서울’ 선호의식, 대통령, 국회의원, 장·차관 자리 보다 더 좋은 게 ‘서울 강남과 서울 핵심 집’이리는 잘못된 의식이 문제다. 문재인 정권 당시 고위직들에게 ‘강남 집’을 팔아라고 하니 ‘강남 집’을 팔기 보다는 고위직을 그만 둔 사례가 단적인 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에 주택 공급을 늘리면 서울 엘리트층은 물론 지방 엘리트층까지 합세해 ‘서울 집’을 가지려 서울로 몰린다. 이는 주택 부족을 가져오고, 다시 서울 집값은 폭등한다. 반면 비수도권은 빈집이 더 늘어나고, 살기 힘들어 서울로 떠난다. 비수도권은 사람이 없어 소멸하고, 서울은 많아서 소멸한다. 서울 주택 공급 확대는 서울 집중을 더 심화시키고, 비수도권 지방 소멸을 더 앞당긴다. 망국의 길이다. 국토 왜곡을 더 심하게 한다. 서울 주택 공급 확대는 당장 수도권 지지를 얻기 위한 국민을 속이는 호도 정책이며, 국가를 망치는 행위다. 정치인의 정략이 국가를 망하게 하는 것이다.

서울의 집값도 잡고, 비수도권 소멸도 막을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은 뭘까? 그 답을 대통령도, 정치권도, 경제계도, 리더층도, 부동산 전문가도 잘 알고 있다. 서울과 인천, 경기도에 집중된 인구와 권력, 재원, 기업, 교육 등을 비수도권으로 분산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행하기가 싫다. 당장 효과가 없어 정치적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 표를 잃기에 정부·여당도, 야당, 심지어 수도권 부동산 전문가까지도 입 발린 소리로 국민을 호도한다. 최소한의 양심이 없이 망국의 길로 인도하는 술책을 스스로 하는 것이다.

권력층·기득권층 입장에서는 분산에 의한 주택 정책은 정말 하기 싫은 정책이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30년 후에나 효과가 나타난다. 노무현 정부의 혁신도시 정책이 그러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부동산이 안정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 시행된 수도권의 공공기관 인구·일자리·권한 분산이 이때 실제로 이뤄진 덕분이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2011년 수도권 인구가 처음으로 줄었고, 그 현상이 2016년까지 이어졌다. 이 때가 가장 부동산이 안정됐던 시기다. 노무현 이후 계속 분산 정책을 시행했다면 지금과 같은 집값 폭등·폭락, 지방·국가 소멸, 저출산 등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으며, 부동산도 안정화 단계에 들어설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구를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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