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귀성(歸省), 그 이후
[천왕봉]귀성(歸省), 그 이후
  • 경남일보
  • 승인 2024.09.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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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영국인들이 가장 애창하는 노래 ‘대니 보이(danny boy)’는 정한수 떠놓고 흰머리 휘날리며 아들의 무운장구를 비는 ‘전선야곡’의 어머니와 연유가 비슷하다. 여름은 가고 꽃은 시들어 가는데 너는 가고 나는 남아야 하나. 하지만 다음 여름, 흰눈이 덮히면 돌아오라는 간절함은 ‘죽어도 이곳을 지키마’로 이어지고 땅에 묻혀서도 아들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평화롭게 잠들겠다는 목동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모정의 절절함이 담겨있다.

▶굳이 세계적 테너 존 메코맥의 열창이 아니더라도 영국인들이 떼창으로 부르는 노래도 ‘너가 올 때까지 평화롭게 잠들어 있으마(I shall sleep in peace until you come to me)’라는 대목에 이르면 누구나 눈시울이 촉촉히 젖는다. 양(洋)의 동서를 막론하고 모성애는 무한함을 절감한다. 특히 군대에 자식을 보내는 모성은 명분보다도 더욱 간절해 애간장이 녹을 정도다.

▶추석 연휴, 짧은 귀성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한동안 먹먹한 가슴을 억누릴길 없는 공황상태에 빠지기 마련이다. 깊게 파인 주름에 등이 굽고 걸음마저 불편한 부모님을 두고온 자책감 때문이다. 그 심정은 모성에 비길 바는 아니지만 고향과 선산을 지키겠다는 고집을 꺾지 못한 죄책감도 겹친다. 돌아오는 길이 못내 무겁고 한동안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으니 불효는 불효다.

▶농촌에는 1인가구가 대세여서 즐거워야 할 명절이 무거운 짐을 더욱 무겁게 하는 연례행사가 되고 말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아니더라도 건강 잃고 황혼길에 접어든 병든 어머니를 고향에 두고 일상으로 돌아온 사람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복지, 언제 쯤일까. 명절 전후 누구나 겪는 이 증후군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모진 병이 아닐 수 없다.
 
변옥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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