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기 경남일보 경제포럼]4강 고규홍 천리포 수목원 이사
[제4기 경남일보 경제포럼]4강 고규홍 천리포 수목원 이사
  • 박철홍
  • 승인 2024.06.2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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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애정의 눈길 한번 더 주자”
“식물에게는 하등동물 수준이상의 인텔리전스가 있습니다. 나무도 기억력과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나무의 생존비밀입니다.”

지난 19일 경남일보 경제포럼 강사로 나선 고규홍 천리포 수목원 이사는 나무와 식물의 신비로운 세계에 대해 90분가량 설명했다.

고 이사는 요즘 한창 만개한 수국 꽃을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우리가 수국 꽃이라고 부르는 가장 눈에 띄는 화려한 부분은 실제는 꽃이 아니라 잎이다”며 “수국은 꽃잎처럼 보이는 안쪽에 가늘고 작게 꽃술이 있는데 꽃잎이 없다보니 벌과 나비가 찾아오기 힘들어 수정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수국은 벌과 나비를 끌어들이기 위해 잎을 꽃처럼 화려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고 이사는 ‘팔손이’를 예로 들며 하나의 꽃에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하나의 매개곤충이 있다고 했다. 팔손이는 10~12월 수정을 해야하는데 이 시기에 벌과 나비는 없고 파리만 있다며, 팔손이는 파리를 끌어 들이기 위해 뒷간 냄새를 풍긴다고 설명했다.

강연 두번째 주제인 ‘나무의 기억력과 판단력’에서 고 이사는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천리포 수목원에 1970년대 들여와 키우고 있는 ‘카스피주엽나무’의 신비로움에 대해 소개했다.

“카스피주엽나무는 억센 가지로 중무장하고 사막지대에서 살아왔다. 나무 밑동에서부터 줄기를 타고 나뭇가지 전체로 가시가 퍼져있는데 먹이를 찾기 어려운 사막에서 낙타가 잎과 가지를 먹어치우는 것을 막기위한 역할을 한다. 근데 낙타의 입이 닿는 곳까지 가시가 있고 그 윗부분에는 가시가 없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는 천리포 수목원에 있는 카스피주엽나무는 낙타의 공격이 없는 수목원에 40년쯤 살다보니 처음 가시가 무성하게 난 자리에 난데없이 초록 잎사귀가 돋아나기 시작했다며, 카스피주엽나무는 ‘어떻게 낙타의 공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고 이사는 “나무는 40년 낙타의 공격이 없었다는 점을 기억하고 앞으로도 낙타가 찾아올리 없다는 판단까지 했다”며 “살아남기 위해 가시의 기억을 가지고 먼 미래를 내다보는 나무의 기억력과 판단력은 생각 할수록 놀랐다. 이것이 호모 사피엔스 곁에서 호모 사피엔스보다 더 오래 살아가는 나무의 생존비밀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 이사는 생명진화의 원리 중 하나인 ‘공진화(共進化, 세상의 모든 생명은 홀로 서지 않고, 다른 생명과 함께 손을 잡고 살아간다)’에 대해 설명했다. 겨울철 동백나무와 꽃가루받이를 해 주는 매개생물인 동박새를 예로 들며, 동백꽃은 향기가 약하기 때문에 진한 붉은 색 꽃으로 동박새를 유혹한다고 했다.

박철홍기자 bigpen@gnnews.co.kr



 
제4기 경남일보 경제포럼 네 번째 강의가 지난 19일 경남일보 3층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강의는 고규홍 천리포 수목원 이사가 ‘나무에서 찾는 사람살이의 무늬’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강의가 끝난 후 고 이사와 원우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웅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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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 천리포 수목원 이사가 ‘나무에서 찾는 사람살이의 무늬’라는 주제로 제4기 경남일보 경제포럼 네 번째 강의를 하고 있다.
제4기 경남일보 경제포럼 원우들이 고 이사의 강의를 집중해서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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