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지역인구의 진화와 지역가치 브랜딩
[경일시론]지역인구의 진화와 지역가치 브랜딩
  • 경남일보
  • 승인 2024.05.1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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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지 논설위원 경남연구원 지역균형·인구정책연구팀장
하민지 논설위원 경남연구원 지역균형·인구정책연구팀장


글로컬(Glocal) 시대라는 말이 지금의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 지방소멸 위기 대응이라는 말이 더 익숙해진 현실에서 소멸 방지라는 생존 다툼을 넘어 감히 번영을 꿈꾸어도 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더 큰 꿈이 동력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 지역이 자신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통해서 가능하다면 이를 위한 긴 호흡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바람직한 관점에서 시작한 좋은 아이디어도 실행을 위한 정책으로 집행관리 가능한 형태로 바뀌면서 가치와 방향을 수립하는 일은 막연하여 기존 사업들의 문제점과 한계를 보완하는 일로 채워진다. 그렇다 할지라도 이제는 당장의 수치, 양적 성과로 확인하기 어려운 일이라도 우리 지역에 관심을 갖고, 오고 싶고, 좋아하도록 만들기 위한 일이 무엇일지 발굴하고, 해석하고, 확산하는 일에도 남은 힘을 쏟아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에 새로운 관심을 갖고 경험하고 싶어 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일 중 하나가 로컬브랜드 사업일 것이다. 또 로컬브랜드 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자원, 아이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2020년부터 지역청년의 창업기회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방중소벤처기업청을 통해 지역기반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행정안전부에서는 지난해부터 로컬브랜딩 사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협력사업으로 지역마다 고유한 특성을 살려 개성과 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생활권 단위 로컬브랜딩 사업’인 로컬브릿지 프로젝트를 은행, 재단 등과 협력해 전국 10곳 생활권 단위에서 추진 중이다.

인구늘리기를 위한 노력이 한창인 지금 지역만의 역사, 사회, 문화적인 특성을 토대로 한 차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로컬브랜드 사업이 갖는 의미는 크다. 다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업으로 로컬브랜드 사업을 단순히 또 하나의 사업 지원, 창업이나 사업가를 양성하는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크게 우리 지역의 아이덴티티, 지역가치를 발굴, 양성, 확산하는 일로서 바라보고 수립해야 한다. 즉 지역이 가진 특성과 자원을 발굴하고 새로이 해석하여 가치를 만들고 이를 활용 확산해줄 인재, 인적 자원을 구축하는 정책을 설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지원사업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면서도 동시에 앞으로 우리 지역이 추구할 가치에 부합하는 사업들을 핵심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또한 지원대상 연령 범위를 확대하고, 사업추진 외에 필요한 다양한 생활여건을 지원할 수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창업, 청년 분야를 넘어 일자리, 교육, 관광 등 주요 영역에서도 관련 정책들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역가치 브랜딩은 단순 개별적인 로컬브랜드 사업, 로컬 크리에이터 개인 몇몇을 양성하는 일도 아니고 특정 지역 활성화 사업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 주목받았던 도시브랜드 구축이라는 말에 더 가깝겠다. 단편적인 분절된 사업들이 아니라 하나의 계기를 가졌던 방문인구가 우리 지역에 보다 많은 곳으로 오래 유입될 수 있도록 그 계기들을 연결시키는 기획이 필요하다. 모두가 같은 노력보다는 광역과 기초단체, 지역사회가 각각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인구 유입과 이를 위한 다양한 환경 조성은 지역가치를 만드는 인재들을 통해 가능하다. 지역의 유무형 자원과 콘텐츠, 이들 간 연결을 통한 지역가치 정립, 지역인재 양성과 새로운 인재 유입의 인적 생태계 구축, 이 과정을 지원하는 일이 인구정책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 지역간 경쟁이 아니고 지역별 모험이다. 정해진 답은 없다. 찾고 만들어가는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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