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기술이전 덜 받을테니 분담금 깎아 달라”
“KF-21 기술이전 덜 받을테니 분담금 깎아 달라”
  • 문병기
  • 승인 2024.05.07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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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KAI에 “1조원 못 내겠다” 통보
양측 분담금 조정 협상…이달 말 마무리 전망
한국형 전투기 KF-21의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기술 이전을 덜 받을 테니 분담금을 깎아 달라는 황당한 제안을 했다.

특히 분담금을 제때 납부하지도 않으면서 핵심기술까지 유출하려다 적발된 상황에서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은. 핵심기술을 빼내기 위해 계획적으로 시간을 끌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최근 “당초 분담금의 3분의 1 정도만 내고 기술 이전은 덜 받아가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은 적게 내고 기술도 덜 받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분담금을 재협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5년부터 8조 원을 들여 4.5세대급 전투기인 KF-21을 공동 개발키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사업비의 20%인 1조 6000억 원을 2026년까지 분담해 투자하고,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 받은 뒤 차세대 전투기 48대를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생산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2019년 1월까지 2272억 원만 납부한 뒤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4년 가까이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는 등 약속을 어겼으며, 계획대로라면 지금까지 1조1000억 원 이상을 납부했어야 하지만, 2783억 원만 납부한 채 8000억 원 이상을 연체 중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는 최근 “올해부터 2026년까지 매년 약 1000억 원씩 3000억 원을 추가로 낼 수 있다”며 “당초보다 분담금을 적게 내는 만큼 기술 이전은 그만큼 적게 받겠다”는 조건을 달아 한국 측에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럴 경우 지금까지 납부한 분담금 2783억 원에 3000억 원을 추가해 6000억 원도 안 되는 분담금만 납부하고 나머지 1조1000억 원은 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방사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제안이 있었던 건 맞지만, 우리 측에서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서 “현재 해당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2021년에도 한 차례 분담금 재협상을 한 적이 있다. 2년 만에 또다시 분담금 조정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이르면 이달 말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분담금 납부에만 미온적인 것이 아니다. 최근 KAI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핵심 기술을 유출하려다 적발돼 방위사업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기술자 2명이 KF-21의 3차원 설계도 프로그램이자 핵심 기술인 ‘카티아’를 유출한 혐의이다.

팀장급인 A씨는 지난 1월 6600건 분량의 자료가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 여러 개를 외부로 가지고 나가다 적발됐으며, 국군방첩사령부와 국가정보원·방사청 등은 기술 유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방위산업체 관계자들은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차일피일 미룬 것은 핵심기술을 빼낼 동안 시간을 끈 뒤 목적이 달성되면 분담금을 내지 않기 위한 꼼수가 아닌 지 의심이 든다”면서 “이번 황당한 제안이 이를 뒷받침 하는 게 아닌 지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문병기기자 bkm@gnnews.co.kr

 
KF-21이 사천공군비행장에서 힘차게 이륙하고 있다. 사진=방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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