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를 밀어내고 배가 떠가듯이 세월이 가오 일척짜리 한지를 가위로 잘라내 내 가장 가까이의, 가장 날카로우나 부드러운 세필, 붓으로 몇 자 쓰오 달빛이 그대의 소가 창고에 볏섬처럼 쌓이기를, 나는 평범한 이들의 비범함을 물어 이 짧은 독을 쓰오 세상에 비슷한 일을 기다리는 마음뿐이오 준비하는 마음뿐이오 생각느니, 당신의 뒷머리칼 뒷모습뿐이오”(시 ‘척독6’ 중)
사랑의 다른 말로 사랑을 탐구하는 성윤석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성 시인은 시집 ‘멍게’와 ‘2170년 12월 23일’ 등으로 이름을 알린 시인이다. 앞서 6권의 시집을 비롯해 장편 동화책, 산문집을 냈다.
성 시인은 다양한 직업 활동을 하며 시작 활동을 병행해 온 작가로, 지난해 수도권 생활을 마무리하고 고향 창원으로 돌아왔다. 다른 러브콜을 고사하고 창원지역 출판사 뜻있는도서출판과 사유악부(뜻있는도서출판의 현대문학 브랜드)에서 편집인으로 근무하며 이번 시집을 준비해왔다.
그의 7번째 시집 ‘사랑의 다른 말’은 하재욱 화가의 그림을 수록한 공동 그림시집이다. 시 39편 모두 그림 작품과 나란히 배치돼 있다.
성 시인은 등단 후 오랜 기간 극장에서 묘지로, 묘지에서 시장으로, 시장에서 화학으로, 화학에서 미래로, 미래에서 책으로 그 시적 공간을 옮겨왔다. 이번 책에서는 인류의 영원한 문학적 주제인 사랑을 택했다. 성 시인은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인간의 보편적 질문에 전혀 다른 말을 찾아 독자에게 새로운 사랑의 언어를 제시한다.
여기에 독특한 화풍을 지닌 하재욱 화가의 선이 시와 어우러지면서 여느 시집과는 다른 그림 시집이 됐다. 하재욱 화가는 진주 출생으로, 디자인을 전공한 뒤 현재 모바일 게임 회사 홍보 영상실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제작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다. 여러 권의 그림 에세이와 화집, 동화집을 펴낸 바 있다.
성 시인은 “이 그림시집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품격이 있는 언어로 얘기하고 싶었다”며 “가는 길도 알고 어떤 지점도 찾아냈는데, 오늘도 내일도 완전히 갈 수 없는 곳이 바로 ‘당신’이라는 곳 아니겠는가. 그런 안타까운 사랑을 담았다”고 밝혔다.
사유악부. 104쪽. 1만 2000원.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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